AI가 대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일하기 시작하면서, 승인된 판단을 이어 쓰고 필요할 때 결정권을 돌려주는 일은 실제 제품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ChatGPT Dots의 초기 사용 기록으로 무엇이 실현되었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 살펴본다.
계속 일하는 AI가 등장했다
AI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는 단계에서는 인간이 매번 대화를 시작했다. 무엇을 할지 설명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음 요청을 입력했다. 그러나 ChatGPT의 Dots와 같은 상시 에이전트는 대화가 끝난 뒤에도 작업을 계속하고, 여러 작업의 상태를 유지하며, 필요한 경우 인간에게 판단을 요청한다. AI와 인간의 관계가 한 번의 요청과 응답에서 지속적인 위임과 협업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메디에이션의 필요성을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는다. AI가 계속 일하려면 인간의 목적과 판단을 기억하고 재사용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는 실행을 멈추거나 영향을 받는 부분을 보류하고 인간에게 결정권을 돌려줘야 한다. 무엇을 계속 수행하고 언제 다시 물어볼 것인지는 이제 실제 제품이 해결해야 하는 동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Dot이 실현한 것
Dot은 이 과제의 일부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했다. 사용자는 목표와 권한을 정하고, Dot은 자체 컴퓨터와 연결된 도구를 이용해 대화 사이에도 작업을 이어간다. 진행 중인 작업을 기억하고, 별도의 작업을 위임하며, 승인이 필요한 행동은 인간에게 묻는다. 사용자는 진행 중인 작업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바꾸거나 작업을 중단한 뒤 다시 진행하게 할 수 있다.
초기 사용자 경험에서도 이러한 지속성은 나타난다. 한 사용자는 수백 개의 PDF를 검토하는 며칠짜리 작업에서 Dot이 진행 위치를 유지하고, 중간 질문을 처리한 뒤 원래 작업으로 돌아갔다고 기록했다. 권한이 필요한 행동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작업은 계속 진행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인간을 작업 조율 과정의 상당 부분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평가했다.1
이것은 인간이 승인한 범위 안에서 AI가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 인간에게 결정권을 반환한다는 Mediation의 운영 방향과 상당 부분 겹친다. OpenAI가 TYPE의 Mediation System을 적용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지만, 두 구조가 다루는 문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실현하지 못한 것
하지만 지속적인 기억과 실행이 곧 적절한 메디에이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Dot은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계속 일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현재 공개된 Dot의 기능만으로는 어떤 발화가 단순한 의견이고 어떤 것이 승인된 판단인지, 그 판단이 어느 작업에 적용되며 언제까지 유효한지를 사용자가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기억이 있다는 사실과 현재 상황에 맞는 판단을 정확하게 재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 사용자는 Dot이 93개의 파일을 정리하고, 사용자가 직접 확인해야 할 항목은 지우지 않고 따로 남긴 경험에서 유용성을 느꼈다. 그러나 다른 작업에서는 72분을 기다린 뒤에도 보이지 않는 분류 정보가 잘못 적용되어 다시 검증해야 했다. 작업이 계속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가 적절하게 구현되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2
다른 사용자는 간단한 행동에도 긴 시간이 걸리고, 권한과 브라우저 문제로 작업이 멈춘다고 평가했다.3 반대로 너무 넓은 기억과 불분명한 정보 경계 때문에 Dot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 영역의 정보가 하나의 지속적인 기억에 들어가지만, 사용자가 그 기억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선택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유였다.4
Dot은 지속적 실행과 Human Return의 형태를 구현했지만, 승인된 판단의 상태·범위·유효조건·변경 관계를 사용자가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드러냈는지는 아직 확인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능 부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의 말은 항상 명확한 규칙으로 주어지지 않으며, 같은 말도 특정 작업에만 적용되는 교정일 수 있고 앞으로도 유지할 기준일 수 있으며 한 번만 허용한 예외일 수도 있다. 자연어로 표현된 판단을 구조화하면서도 인간을 과거의 판단에 고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메디에이션을 어렵게 만든다.
체감적 부담은 줄어들고 있는가
초기 리뷰에서는 체감적 부담이 줄었다는 경험도 나타난다. 한 사용자는 할 일이 떠오를 때마다 Dot에게 말하면 Dot이 작업 목록을 갱신하고, 사용자는 하루를 시작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 자신과 Dot에게 일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이후 Dot은 막히는 지점을 알려주고, 두 주체는 일정한 간격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이 사용자는 첫날 생산성이 두 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같은 글의 댓글에서는 AI가 실제 일을 줄이는지, 아니면 일을 관리하기 위한 문서와 절차를 더 만드는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5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AI가 모든 일을 더 빠르게 수행한다는 것보다, 인간이 계속 자리를 지키며 작업을 재개하고 여러 실행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데 가깝다. 작업이 대화 이후에도 이어지고, AI가 진행 상태를 기억하며, 필요한 개입만 요청한다면 인간은 실행을 유지하는 일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설정, 권한 관리, 진행 상태 확인, 결과 검증과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부담이 실제로 감소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반복 지시가 줄어든 만큼 새로운 관리 업무가 늘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생산성이나 편리함에 대한 초기 체감은 중요한 관찰이지만, Mediation의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AI가 인간의 요청에 답하는 시대에서 인간의 판단을 이어받아 계속 행동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AI는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더 오래 작업하며, 더 많은 실행을 대신할 것이다. 그러면 인간에게 남는 핵심 문제는 일을 직접 수행하는 능력보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분명한 목적과 기준을 가진 채 AI에게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선택지를 보고, 실행 결과를 경험하고,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간다. 선택은 이미 완성된 의지를 밖으로 표현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목적과 가치를 형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이다.
AI는 이 과정을 도울 수 있다. 더 넓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선택의 결과를 미리 탐색하며, 인간이 미처 보지 못한 근거와 반례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만든 선택지 안에서만 인간이 고르게 하거나, 과거의 선택을 현재의 취향과 정체성으로 고정할 수도 있다. 인간이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줄었다고 해서 인간의 선택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선택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선택의 주체가 사라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인간을 모든 실행 과정에 남겨두는 것도, 인간을 최종 승인 버튼으로만 남기는 것도 아니다. AI가 실행을 맡는 동안 인간은 자신의 목적과 기준을 이해하고, AI가 제시한 가능성을 검토하며, 이전과 다른 방향을 다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결정권을 형식적으로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이해하고 방향을 자기 것으로 고르며, 필요하면 다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TYPE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Dot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판단을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문제가 실제 제품의 과제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TYPE이 다뤄온 Mediation의 필요성을 약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AI의 지속적 실행이 현실이 될수록, 인간의 판단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함께 연구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
TYPE의 Mediation 연구는 인간의 승인된 판단과 AI의 실행을 연결하고,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결정권을 인간에게 반환하는 구조를 다룬다. 이 연구는 계속 필요하다. 그러나 TYPE의 더 큰 연구 방향은 인간에게 판단을 돌려주는 절차에서 끝나지 않는다. 판단이 반환되었을 때 인간이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은 어떻게 형성되고 수정되는지, AI의 탐색과 실행 결과가 다음 선택에서 인간의 자기 이해를 넓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AI가 인간의 과거 선택을 잘 기억할수록 반복 설명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억이 과거의 선택을 현재의 고정된 성향이나 정체성으로 다루면 인간의 변화 가능성은 줄어든다. 따라서 TYPE은 개인화가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조건과 과거의 자신에게 고정하는 조건을 구분해야 한다. AI가 관련성 높은 선택지만 보여주는 것이 실제로 선택을 돕는지, 아니면 낯선 가능성과 반례를 제거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TYPE이 연구해야 할 것은 AI가 인간의 결정을 얼마나 잘 실행하는가만이 아니다. 인간이 AI와 함께 자신의 목적과 가치를 발견하고, 선택의 이유를 이해하며, 경험을 통해 그 선택을 다시 검토하고 바꿀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한다. AI가 제시한 선택지 중 하나를 누르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가능성을 고려하고 무엇을 자신의 방향으로 채택할지를 형성하는 전 과정이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한다.
Mediation은 인간의 판단과 AI의 실행을 연결한다. Choice는 그 판단이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TYPE은 이 둘을 연결해, AI가 인간의 선택을 대신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이 더 넓게 이해하고 더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그 선택을 실제 결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
참고 자료
- Reddit r/OpenAI 사용 후기 — I spent a day poking dots with sticks 원문
개인 사용 후기로, 일반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다. - David Proctor (2026-10-01). OpenAI dot: why would I start a new chat? Trilogy AI (Substack). 원문
개인 사용 기록. 93개 파일 정리, 72분 걸린 작업, 분류 정보 오류를 기록했다. - Reddit r/codex 사용 후기 — ChatGPT dots so far too slow to be useful 원문
개인 사용 후기. - Reddit r/OpenAI 사용 후기 — Why I will not use dots: insufficient visibility 원문
개인 사용 후기. - John Walter. LinkedIn 게시글과 댓글 토론 (ChatGPT Dot 사용 첫날). 원문
개인 체감 기록. 생산성 수치는 자기보고다.